4박 5일 킬리만자로 등반 보고.(11-15.Jan.2018) by joo

응고롱고로 캠프사이트에서 만났던 한국청년들이 소개해준 덕분에 생각보다 싸게, 그리고 찾아다니는 수고를 덜고 킬리만자로 등반을 도와줄 회사와 연결되었다.

Martha 라는 직원과 미리 아루샤에서부터 메세지를 주고받은 덕분에 모시에 도착했을 때 부터 픽업해주고, 등반에 필요한 물품을 (무료로!) 고르고, 계약서 작성, 계약금 지불까지 일사천리.
--알고보니 Martha는 회사 여사장, 한 달 된(!!!) 아들을 데리고 우리를 픽업하러 나오고 야무지게 일 처리를 한다. 진짜 사장인 듯한 남편은 빙글빙글 웃기만 하고 사교성도 없거니와 일을 못한다. 아무래도 마르타 때문에 이 회사는 더 클 것 같다.

다른 루트보다 쉬운? 성공율이 높은? 이유로 코카콜라 루트라고 불리우는 Marangu Route를 선택, 다음과 같은 여정이다.
1일차 : Marangu Gate → Mandara Hut(숙박)
2일차 : Mandara Hut → Horombo Hut(숙박)
3일차 : Horombo Hu t→ Kibo Hut(숙박)
3일차 밤이자 4일차 새벽인 12시에 Kibo Hut 출발 → Uhuru Peak를 찍고 그날 다시 Horombo Hut으로 내려옴(숙박)
5일차 : Horombo Hut → Marangu Gate

전의를 불태우며 모시에 있는 한국식당에서 등반을 위한 간장소스 양념치킨, 해물짬뽕, 볶음밥을 야무지게 먹었다.

1일차(Marangu Gate 1980m → Mandara Hut 2700m , 9km)
9시에 가이드 한 명과 포터 3명을 데리고 사장이 마사이 드라이버를 대동하고 픽업을 왔다. 산에서 필요한 최소한의 물품만 챙기고 나머지 짐은 회사에 맡기는 걸로.
Moshi에서 회사차량을 모두 함께 타고(가이드 아저씨 암내 넘나 심해서 깜놀 ㅠㅠ이걸 5일 동안 어떻게 견디지...??) 한 시간 넘게 달려 Marangu Gate에 도착.
입산을 위한 국립공원비, 산장이용빙 등등을 지불하고, 우리에게 5일동안 필요한 각종 장비를 체크한다. 포터 한 명당 15kg 넘게 짐을 지울 수 없기 때문에 일일이 무게를 달아보고 무게에 따라 포터의 수가 결정이 된다. 이걸 기다리는 시간이 엄청 오래 걸렸다.
우리는 가이드 한 명(자격증이 있어야 한다), 쿡커 한 명, 어시스트 가이드(두 명이라 한 명이 낙오할 경우 데려오는 역할, 평소엔 포터인 듯), 포터 3명 이렇게 총 6명의 그룹이 되었다. 내 짐만 들어주는 줄 알았더니 세상에나 요리 할 가스통까지 들고 간다..... 내 평생 두 번은 못하겠다는 마음이 든다....
여튼 기다리다 기다리다 드디어 출발(12시 15분), 1980m Marangu Gate에서 2700m에 있는 Mandara 산장으로 가벼운 발걸음으로 간다. 가는 길은 온통 열대 우림이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기르는 틸란시아 같은 식물 뿌리가 여느 나무마다 늘어져 있다. 안개, 구름 등이 많은 탓에 공중에 있는 습기를 머금을 수 있도록 자라난 것인 듯. 오후가 된 탓에 올라가면 올라갈 수록 안개-구름이 자욱해진다. 점심을 안먹었던 터라 짊어지고 온(첫 날 도시락이 주어지고 이것 스스로 짊어지고 가야한다.) 도시락을 먹을 장소에 도착, 닭다리 한 쪽, 샌드위치 반 쪽, 요거트, 삶은 계란, 망고주스, 오이와 당근 조금 등이 들어있다. 역시 야무지게 먹는다.
(but... 같이 온 샘이 향신료 적응에 힘들어 하고 있던 차,,, 그냥 튀기기만 한 것 같은 치킨도 냄새가 난다며 안드심... 이것이 불러온 대 참사..... 아무리 베지테리안 아니라고 설명해도 그 후로 우리의 식사에서 고기류를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젠장할...)

점심을 먹고 있는 도중 스멀스멀 비가 내린다. 빌려온 레인자켓과 트라우져를 입고 출발했다. 레인자켓이 오래되었는지 안쪽에서 가루가 떨어진다... 비야... 다신 오지 말아라.. 다시는 레인자켓 입지 않겠다.... 다행히 비는 가는 동안 금방 멈추고 3시간여만(오후 3시 경)에 Mandara 산장에 도착한다. 오는 중 열대 우림에는 Blue 원숭이와 Colobus 원숭이가 종종 보인다고 하는데 오늘은 안보였다.. 나... 콜로부스 보러 다른 국립공원 가려고 했는데 여기서 볼 수 있다니!! 근데 오는 길에 못보다니... ㅠㅠ 내려가는 길에 다시 운을 빌어볼까... 하며 산장에 짐을 풀고 주변을 둘러보는데, 바로 옆에서 콜로부스들이 나무에서 열매를 아그작아그작 씹고 있다. 우오오오오오!!! 하얀 털이 망토처럼 꼬리까지 이어지는 우아한 자태!. 사진으로만 봤을 때엔 왜 저렇게 털이 길 까 했는데 주변 숲을 보니 딱 보호색과 같은 개념이다. 습기를 머금으려 늘어난 뿌리들이 길게 드리워진 열대우림의 모습과 딱 닮아있다. 아아아 나 혼자 좋아하며 길길이 날뛰었다....(동물을 왜이리 좋아하냐며 구박만...)
날이 개어가는데 열대 우림 안에 자리잡은 산장이라 주변은 온통 키 큰 나무들 뿐이라 여기가 지리산인지 킬리만자론지 별 구별은 되지 않는다. 5시 30분 쯤 저녁을 먹고(고기와 채소가 들어간 소스를 이용한 덮밥류였는데 소스의 향신료 때문에 옆샘이 싫어하자 베지테리안인지 갸우뚱 했던 그들에게 확신만 더해주었다 ㅠㅠ 내고기....ㅠㅠ) 6시 반쯤에 해가 지고 좁고 추운 산장 안에서 할 것이 하나도 없어서(통신마져 끊겼다...) 그나마 이런 시간을 대비해 가져온 책을 읽다가 9시쯤 잠들었다.

빌려온 침낭은 넘나 포근했다.......



2일차(Mandara Hut 2700m → Horombo Hut 3700m, 12km)
1000m 고도를 올리며 12키로를 5시간 정도 올라가는 둘쨋날이다. 급경사 없이 거대한 킬리만자로 산을 애둘러가며 오르기 때문에 역시 어렵지 않은 코스.(하지만 사실 여기부터 다들 힘들어 함)

7시 전에 포근한 침낭에서 기어나와 아침을 먹는다. 스프, 팬케이크 두 장, 따듯한 차 등이 나온다. 다른 여행사보다 싼 곳을 선택했기 때문에 음식에 큰 의의를 두지 않기로 한다. but.. 왜이리 굼뜨니...
7:40분 만다라 산장을 출발, 곧이어 열대우림이 점차 사라지고, 천천히 걷다 보니 나무들의 키가 낮아지며 드디어 하늘이 열린다. 신나서 열심히 걷는다. 날이 좋으면 킬리만자로 정상과 옆 봉인 마웬지 봉이 보인다는 곳에서도 그냥 마냥 신나서 사진도 찍고,,(구름껴서 안보였다)
3시간을 꾸준히 걷다가 10시 50분 쯤 테이블이 만들어져있는 곳에 도착, 도시락을 먹는다. 채소만 잔뜩 들어있는 샌드위치, 삶은 계란, 작은 머핀, 망고주스..... 내 닭다리..... 어디있니... 이때부터 의심이 들기 시작한다.... 내 고기 내놔...... 하지만 준 건 야무지게 다 먹어치운다. 
11시 10분쯤 다시 출발, 1시간 반 여를 더 걸어 12시 47분 구름 속 호롬보 산장에 도착한다. 만다라 산장은 한가한 느낌이었는데 호롬보는 북적거린다. 마랑구 루트를 선택하면 2일째와 4일째 호롬보 산장에서 자야하기 때문에 올라가는 이들과 내려가는 이들이 섞여 있어서 그렇다 한다. 
오늘 호롬보에 일등으로 도착했다는 축하를 받으며 14번 롯지를 배정받고 가보니, 에레이... 불이 안켜진다. 앞방은 잘 만 켜지는데....  (산장은 모두 태양전지판에 의존하고 있다.) 그리고 화장실에 휴지가 없고, 화장실 세면대의 물을 틀어보니 누런 흙탕물이 나온다... 만다라가 천국이었구나 생각하게 된다...

만다라와 같은 모양 같은 구조를 가진 방인데, 방은 4명이 잘 수 있도록 되어있다. 만다라는 우리 둘 만 방을 썼는데(한가해서 그랬으리라...) 짐을 풀고 주변을 둘러보고 있으니 한 명이 더 들어 온단다. 문 열어주러 가서 보니, 네덜란드에서 온 젊은 처자다. 이름은 찰리, 같은 코스, 같은 일정 이기 때문에 회사가 달라도 앞으로 장장 3일을 내내 봐야 했는데, 시원서글 하고 아줌마 같은 친화력 때문에 쉽게 얘기하고 친해질 수 있었다.

저녁 먹으러 가보니 아침에 인사했던 혜초(이름 한 번 잘 지었다) 여행사에서 온 어르신들도 도착해 계셨다. 가지고 온 단무지와 김치를 투척받았다. 혜초에서는 그냥 밑반찬으로 김치가 나온다는....  그 분들은 호롬보에서 오늘, 내일까지 자면서 고도에 적응기간을 가지는 6일 코스로 왔다고 하신다. 
저녁은 스프, 팬케잌과 빵,,, 저녁에 왜 이걸 가져왔어?! 하며 설마 이게 다야? 다는 아니겠지? 설마설마,,,, 설마 아닐꺼야 하면서도 혹시 몰라 배를 모두 채워버린 우리 앞에 산더미 같은 볶음밥과 비벼먹을 채소만 들어있는 소스를 가져온다. 이런 제길.... 
의심이 확신이 되어 내 고기 어딨어? 라고 얘기하니 슬그머니 접시에 닭다리 하나를 가져온다. 야 이것들아... 매번 고기 굽고 니들이 먹는 거니.... 아무리 배가 불러도 닭다리는 야무지게 뜯어 먹는다.

일찍 저녁을 먹고 차를 마시고 있으니 안개가 서서히 걷히고 산에 걸려있던 구름들이 말끔히 사라져간다. 모두가 환호하며 맑은 하늘에 킬리만자로봉과 마웬지 봉의 장엄한 모습을 사진찍으며 돌아다닌다.  환호하는 여행자들을 그러려니 바라보는 포터들과 가이드 들이 더 신기한 풍경이다. ㅋㅋㅋ
6시 30분이 지나가 칼같이 해가 진다.(6시 30분에 해가 뜨고 6시 30분에 해가 진다. 적도 부근이라 그런가?) 한 참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노을을 바라본다. 그냥 좋다. 저 발 아래는 구름이 카페트처럼 깔려있다.  해가 지고 바람이 부니 금방 추워져 방으로 들어와 별이 뜨기를 기다린다. 찰리는 여기에서도 Airtel 3G를 잘 잡아낸다. 심지어 통화까지 한다. 나는 서비스 안됨이 뜨는데... 쩝....(나중에 안 사실- 내가 데이터를 다 썼었다....ㅋㅋ)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다가 창으로 별이 반짝이는 것이 보여 나가본다. 키야~~~~~~~~~~~ 킬리만자로 위로 은하수가 흘러간다.... 이렇게 선명한 은하수라니..... 멋지다 멋져...

하지만 멋진 것도 추위를 이길 수는 없지... 참고 참다가 결국 들어온다. 하지만 아직도 8시....... 랜턴을 키고 책을 좀 보다가 포근한 침낭 속에서 잠이 든다... 

내일은 힘들고 긴 하루가 될 꺼야....



3일차(Horombo Hut 3700m → Kibo Hut 4700m, 9.5km)
역시 하루만에 1000m 고도를 올리며 9.5키로를 5시간 정도 올라가는 셋쨋날이다. 급경사는 없지만 여기서부터는 Alpain desert 라고 해서 건조하고 메마른 지역을 끝없이 4000m 고도에서 걸어야 한다.

일찍 잤는데 당연히 일찍 눈이 떠진다. 캄캄한 산장에서 눈을 떠 대충 눈꼽만 떼고 가방을 챙긴다. 7시 쯤 준비된 차와 팬케이크, 빵, 스프를 먹고 7시 30분 키보 산장으로 출발한다. 날씨가 맑아서 킬리만자로를 눈 앞에 마웬지를 등 뒤에 두고 걸어간다. 나무처럼 생겼지만 사실을 꽃이라고 하는 스네지아 라는 거대한 식물들이 주변에 엄청 많다. 열심히 걷는다. 걷다가 얼굴을 들었더니 정말 그림처럼 킬리만자로가 눈 앞에 있다. 마구 사진을 찍고 긴 긴 내리막길, 오르막 길을 걷다보니 어느 지점에서 부터는 사막이 펼쳐진다. 저 멀리 길이 보이지만 이 길이 3시간 넘게 걸어가야 하는 길... 휴우... 배가 고프지만 도시락 먹는 곳이 따로 있다며 밥을 안주는 가이드 아저씨.. 하아.... 밥먹을 곳이 따로 있나,, 앉아서 먹으면 그만이지.. ㅠㅠ 
묵언수행하는 것 마냥 걷고 걷고 또 걸어서 거대 바위 앞에 있는 테이블을 마주했고, 점심 도시락을 먹는다.  어제 내가 고기 내놓으라고 했던 것을 의식한 탓인지 호일속에 수줍게 쌓아 가져온 닭다리를 내민다. 하... 치킨은 언제 어디서나 옳도다... 역시 준비해 준 도시락을 빵 한조각 까지 다 먹어치우고 다시 출발... 키보 산장 바로 앞 길이 눈앞에 보이지만,,,, 뭔가... 신기루같다... 가도가도 그자리에 있다...

1시 35분 드디어 키보 산장에 도착했다. 키보 산장 바로 밑에서 롱가이 루트와 마랑구 루투가 만나서 다른 루트로 천천히... 정말 천천히 올라오는 사람들과 만날 수 있다. 내가 먼저 도착하고 올라오는 샘을 기다리며 다른 사람들을 보니깐 정말 넘나 천천히 오더라. 나도 그랬겠지.. 한발짝 한발짝...

오는 사람마다 축하를 보내며, 방명록을 작성하고 산장으로 들어간다. 키보 산장부터는 물이 없고 내리는 눈, 비에 의존해서 식수를 해결하기 때문에 화장실도 구멍만 뚫려있고, 세면대도 없다. 포터들이 우리가 사용할 물도 짊어지고 와야 한다. ㅠㅠ 미안혀... 그리고 방은 4인용이 아니라 12명 정도가 잘 수 있는 도미토리 형식으로 되어있다. 아침에 먼저 출발한 찰리가 이미 도착해 있다. 

가이드 아저씨가 오늘의 스케줄을 설명한다. 5시 쯤에 저녁을 먹고, 그담에 바로 자야 한다. 그리고 11시에 일어나 모든 장비를 체크하고, 11시 30분에 간단히 요깃거리를 한 후에 12시에 정상으로 출발한다고,,,, 

하.... 같이 온 샘은 벌써 안되겠다고 포기하신다. 가슴이 마구 두근거리며 화장실 다녀오는 것도 기력이 소진된다며... 그리고 누워있을 때에는 울렁울렁 멀미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한다. 키보까지 온 것만도 만족한다며 깔끔히 포기, 찰리에게 두통약을 얻어 드시고 바로 잠이 드심... 

저녁으로 가져온 것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잠을 청해 보지만 정신만 말짱하고 오히려 누워있으니 머리 전체가 두둥 거린다. 
하.... 몇시간을 누워있었지만 전혀 잠을 이루지 못하고 11시에 일어난다. 오늘을 위해 짊어지고 온 모든 옷, 장갑, 모자 등등을 껴입고 중무장을 한다. 간단히 머핀과 커피를 먹고 12시, 대장정을 출발한다.



4일차(Kibo Hut 4700m → Giman's Point 5700m → Uhuru Peak 5895m, 5.5km)
(Uhuru Peak 5895m → Giman's Point 5700m  → Kibo Hut 4700m  → Horombo Hut 3700m, 15km)
고로 이날은 총 20km를 걸어야 하는 날이다. 도착했을 때는 오후의 구름 때문에 전혀 보이지 않았고, 밤에 출발 때에는 어둠 때문에 보이지 않는 길만스 포인트까지의 직벽.... 화산흙과 바위만으로 된 직벽에 가까운 이 코스를 오르다가 많이들 포기를 한다는...

우후루에서 일출을 보는 것이 목표(이거슨 나의 목표가 아니라 가이드의 목표.. 나는 몰랐다... 나를 이렇게 몰아칠 줄은.......)

00시 출발이다...  
먼저 출발한 팀들의 헤드랜턴 불빛이 루트에 점점히 박혀있다.. 내가 12시에 출발했는데 저들은 언제 출발했단 말인가..?! 가이드 아저씨의 뒤를 다라 한발짝한발짝을 움직인다. 신기하게도 엄청 천천히 가는데 앞에 먼저 출발했던 팀들을 죄다 앞질러서 한 시간 쯤이 지나니 내가 선두가 되어있었다. 하지만 만만치 않은 러시아 남자 팀이 나와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길만스 포인트 까지 가는 직벽 중간 포인트에 도착했다. 이때까지 걸린 시간이 딱 두시간.(길만스 포인트까지 5시간 걸린다.) 절반을 왔는데 앞으로 3시간을 더 가야한다는 거슨!!!! 길이 더 험악해지는 거라는... ㅠㅠ 사실 요때까지는 난 정말 즐기고 있었다. 아니 이게 뭐람? 엄청 힘들다는데 발걸음도 가볍고 올라가는 것도 쉽지.. 천천히 가지... 가다가 하늘을 올려다 보면 완벽하게 맑은 밤하늘에 어제보다 더 선명한 은하수가 흐르고 있었고, 고개를 들 때마다 긴 별똥별들이 떨어지고 있었으니....

하지만... 앉은지 3분도 안된거 같은데 나를 재촉하는 가이드 아저씨.... 이 다음 부터다... 점점 내몸이 내몸같지 않고, 가끔 휘청 거리기도 하며, 꼭 좀비로 변해 걷고 있었다. 사실 길이 없는 곳에 길을 다지며 올라가는 것이었고, 새벽 추울 때 땅이 얼어서 올라갈 수 있지 낮이면 언 땅이 녹아 흙이 마구 흘러 내리는 곳이었다.(내려올 때 보니 후덜덜....) 좀비 걸음으로 걷다보니 뒤에서 찰리 목소리가 들린다... 아아... 저 처자는 여기서도 기운이 펄펄 나는 구나... 나도 기운이라면 빠지지 않는 사람인데 니가 젊긴 젊구나... 라는 끝도 없는 생각이.... ㅋㅋㅋㅋㅋ 찰리가 치고 올라와 만났다.. 그리고 바위 뒤에서 같이 노상방뇨를 하고,, 손이 얼었냐며 물어온다. 어 나 완전 손에 감각이 없어.... ㅠ 그랬더니 작은 핫팩을 두 개를 찾아내서 투척한 후 나를 앞질러 갔다. 후잉...ㅠㅠ 같이가~~~~ 가이드 아저씨한테 나 발도 얼었어요 아저씨... 동상걸리면 어뜨케요... 했더니 해뜨면 다 없어진덴다. 말도안된다고 생각되었지만 뾰족한 수가 없기 때문에 그냥 또 걷는다.(근데 신기하게 진짜 해가 뜨자 발과 손이 정상으로 돌아옴) 가이드 아저씨의 almost~~~ 라는 외침이 꼭 저승길에 다와간다는 말 처럼 들리기를 3시간 째, 드디어 직벽 꼭대기인 길만스 포인트에 올랐다.(옛날에 여기를 처음(?) 올랐던 사람이 여기서 표범 한 마리의 사체를 발견하고 사진을 찍었더래서 킬리만자로의 표범 이라는 말이 나왔다더라...) 러시아 팀이 먼저 와서 쉬며 축하를 건낸다. 이때가 딱 5시, 해는 6시 반에 뜬다. 킬리만자로 분화구의 가장자리를 따라 우후루 피크로 올라가야 한다. 고지가 저 앞인데 한시간 반이 더 걸린덴다.. 쉴 시간도 없이 바로 움직인다. 다행히 이제 직벽은 없고 눈 덮인 길이다... 걷는 것은 한 결 편해졌으나 숨은 계속 가쁘고 몸이 계속 휘청거린다. 눈 밭이고 옆은 낭떠러지라 위험하다... 정신 줄을 잡고 앞을 보니 가이드 아저씨 또한 좀비 처럼 걷고 있다... 30분여를 걷자 저 밑에서 올라오고 있는 불빛들이 보인다. 수직으로 고도를 올리기 때문에 엄청 힘들어서 위스키 루트라는 이름을 가진 음웨카 루트에서 올라오는 사람들이다. 길만스 포인트에서 오는 루트와 음웨카 루트가 스텔라 포인트(5756m)에서 만난다. 스텔라 포인트에서 또 엄청 걷기를 한시간. 하늘이 밝아져오기 시작한다. 가까스로 일출에 맞추어 우후루 피크(정상 5895m)에 도착해 뜨는 해를 바라본다. 춥다... 사진만이 증명할 길이라는 일념으로 장갑을 벗어 사진을 찍었다.
가이드 아저씨는 빨리 집에 가고싶은 사람 마냥 바로 턴어라운드.. 뒤도 안 돌아보고... 내가 사진 좀 찍을라 치면 아 맞다. 너 처음 왔지? 라는 눈길을 보낸다. 하..... 아저씨는 17년간 뻔지르르 왔던 곳이지만 나는 이게 첨이자 마지막일 꺼라고요... 다시는 안 올꺼 같아요... 사진 좀 찍을께요... 라는 마음으로 눈빛을 보내며 점프샷을 살며시 부탁해보았다. 다행히 찍어줌.. 
스텔라포인트에서 우후루 피크까지 올라갈 때 가쁜 숨을 몰아쉬며 한발짝한발짝 한 시간을 갔는데 내려올땐 삼십분도 안걸린다. 그리고 발걸음은 날아가는 듯...(진짜 날아가는 줄... 아저씨의 스피드 때문에...) 스텔라 포인트에서 길만스 포인트까지도 마찬가지다. 이제야 올라오는 사람들에게 난 이미 찍고 왔지롱~ 식의 득의양양한 미소와 헬로우를 날리고 그들 보다 5배는 빠른 날렵한 걸음으로 날아간다. 6시 30분에 우후루 피크에서 일출보고, 사진 찍고 다시 돌아와 길만스 포인트로 오니 7시 20분. 찰리도 돌아와 직벽 위에서 쉬고 있다. 너 어디있었니??? 하며 그래도 우리가 여자 그룹 왓따야~ 라며 하하하 웃는다. (우후루에서 사람들 여러명이 사진을 막 찍고 있었는데 다들 꽁꽁 둘러싸매서 누가 누군지 몰랐다.) 그리고서는 직벽을 내려다 보는데... 흐업... 내가 정녕 여기를 올라왔단 말인가!? 이제야 올라온는 러시아 가족 그룹이 환호한다.(그렇다. 이렇게 천천히 오면 7시간도, 8시간도 걸리는 것이였다! ㅠ) 축하를 보내며 그 경사면을 내려오기를 시작하는데... 끝도 없다. 그래도 꼭대기 부근에는 돌이 많아서 돌을 둘러 내려오는 거였지만 1/3 쯤을 내려오자 화산흙들이 볕에 녹아 밟으면 푹푹 꺼져버리는 상태로 변해있었다. 후... 걷는지 미끄러지는지 모를 그길을(길?! 길은 없다. 올라왔던 지그재그 길은 무시하고 그냥 수직으로 꽂는다.) 후달리는 다리로 내려와 키보에 도착한 시간이 9시 53분. 딱 정석으로 코스를 밟으면 시간이 10시간인데 딱 맞췄다. (내려올땐 찰리보다 내가 먼저 왔지롱) 

그리곤 두시간 꿀 잠을 잔다. 잠이 아니라 기절.. 지옥을 맞보았어요 라는 말을 남기고....(옆 샘의 말로는 내 얼굴이 창백해져서 들어와 쓰러졌덴다ㅋㅋ) 

11시 반 넘으니 찰리가 옆에 호주청년과 대화를 나누어 내 잠을 깨웠다.(그녀의 목소리 크기는 정말,,,,)(아, 그 호주 청년은 뭔 스포츠맨인가 싶을 정도로 대단한 체력을 가지고 있었다. 하루만에 마랑구 게이트에서 키보로 올라왔고, 그날 (바로 나와 찰리가 우후루에 올라가는 날) 새벽에 우후루를 찍는다고 했었다. 우리가 산장을 배정받고 티타임을 가지고 있을 때, 몸 상태를 체크하며-난 고산증 와서 죽어가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심상치 않은 모습을 보이더니, 과연, 내가 길만스 포인트 마지막 직벽을 오를 때 밑에서 무슨 축지법 쓰는 마냥 쑥쑥 올라와서 나를 바람처럼 스쳐 지나갔었더랬지...., 그러고는 한시간 쉬고 다시 마랑구 게이트로 내려간다는 소리를 찰리랑 얘기나누고 있었다. 나도 깜놀해서 잠이 깼다.)

간단한 아침인지 점심인지가 차려졌는데 내 위는 소화제가 필요한 상태임이 느껴졌고 커피만 한 잔 하고 정오를 넘겨 하산을 하기 시작했다. 유후,,, 내려가는 발걸음은 정말 신기함이다. 우리가 전날 점심을 먹었던 테이블에 가까워 오자 혜초 어르신들이 소리를 지르며 오신다. 아 언제 내려오나, 언제 만날까 얘기하고 있었다며, 성공은 했느냐 마구마구 물어보셔서 역시 의기양양한 모습을 보여드렸지. 길만스 포인트에서 일출 봤냐는 물음에, 아니오! 저는 우후루에서 봤지요!!! 라고 찰리처럼 크게 대답도 해드렸다. 정상이 아닌 처자라며 기운을 받아가겠다고 다들 하이파이브를 청하신다. 성공을 기원드리고 날아가는 속도로 호롬보로 내려온다. 아... 이 길이 이렇게 길었구나... 내려가는 길도 이렇게 길구나... 하며 가는데 중간 포인트를 지나 풀들이 자라는 지대가 오자 구름이 밀려오고 우박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구슬 아이스크림(먹어봤으면 알겠지?) 크기의 우박들이 나를 마구마구 간지럽힌다. ㅋㅋㅋㅋ 너무 신기하고 재밌었는데 그게 30분 넘게 지속되었으니,,,,, ㅠㅠ 호롬보 도착할 때까지 우박이 이어졌고, 우박은 길을 도랑으로 만들어버렸다. 쫄딱 젖어 호롬보에 도착했고, 어제와 같은 방에 찰리가 먼저 와있었다. 젖은 옷과 침낭을 말려주겠다며 가이드 아저씨가 싹 가져가버려서 덜덜 떨며 있었다. 한 시간 쯤 지나고 침낭이 왔고, 차를 마지고 저녁을 먹었다. 

저녁을 먹고 지는 노을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가이드 아저씨가 나랑 따로 말을 하자고 한다. 팁 얘기겠거니 싶었는데 맞다. 근데 생각해온 노멀한 가격의 3배를 부른다. 하,,, 아즈씨.. 내가 그만큼 돈을 당신 회사에 지불했어요... 아즈씨 회사를 왜 택했는데요... 다른 회사보다 훨씬 싸서 택한건데 그만큼을 팁으로 주라고 하믄 어뜨케요..... 난 못줘요.... 하니 한숨을 푹푹 쉬며 하쿠나마타타를 외친다. 망할놈의 하쿠나마타타, 이미 내 기분은 찜찜해져버렸다.

같이 온 샘이랑 이야기를 나누는데도, 기분이 찜찜하다. 우리가 미리 생각하고 준비한 금액이 적은 건가... 하는 마음으로 불편하다. 침낭으로 들어가 누웠는데 찰리한테 물어볼까 말까 하다가 넘나 쉽게 잠이들어버렸다(오늘 하루 넘나 길었으니...)


5일차(Horombo Hut 3700m → Marangu Gate 1980m, 20km)

찜찜한 기분으로 6시에 밖에서 똑똑하는 소리에 깼다.
일어나자 마자 찰리에게 팁얼마 줄꺼냐고 물어보니, 우리가 생각한 금액하고 크게 다르지 않다.(그녀는 혼자 왔는데 포터가 총 7명이란다. 짐이 얼마나 많은 거니...후덜덜) 아침을 먹고 짐을 싸서 나오니 가이드 아저씨가 포터들을 주루룩 불러 놓고 팁을 직접 주란다. 하아.. 네네 알겠어요. 우리가 준비했던 금액을 나눠주고, 본인도 주려고 하니까 자기는 나중에 주란다. 

흥, 그냥 바로 하산 시작, 맑고 청명한 킬리만자로와 마웬지가 배웅해줘서 다시 기분 업.
7시 40분에 호롬보를 출발해 10시 40분 만다라를 찍고 12시 50분 쯤 마랑구 게이트로.... 사진이고 뭐고 그냥 날아서 내려오다가 열대우림 나타났을 때 풀이랑 꽃 사진 듬뿍 찍었다... 그리고 하산 끄읕.....

산행은 끝났지만 팁 문제가 남았지... 픽업차가 오길 기다리는데 아저씨가 와서 내가 말한 금액을 다시 생각해보란다. 그냥 준비했던 것만 줬다. 팁을 주고도 찜찜한 기분.... 원래 우후루 등반에 성공하면 증명서를 준다. 근데 그 종이를 안주면서 자꾸 원망의 눈길을 보낸다. 하... 그 종이 안받아도 되거등요?

좋았던 기억은 사라지고 불만만 커져간다.
원래 가이드는 어떠해야 하는가?! 세렝게티 사파리 보고를 보면 알꺼다. 가이드의 능력-지식, 경험 등의 모든-이 클라이언트에게 얼마나 큰 즐거움을 주는지!-3박 4일 타랑기레, 세렝게티, 응고롱고로 사파리 보고.(6-9.Jan.2018) 적어도, 킬리만자로에 대한 이야기 하나 쯤이나, 주변 식물, 동물 등 정도는 설명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론리에도 그런것 쯤은 가이드에게서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적혀있다. ㅠ) 그런데 이 아저씨는 무슨 묵언 수행하는 것 마냥, 삼십분에 한 번씩 가래만 쿨럭거리고 해주는 말이라고는 우리의 스케줄과 아유 오케이? 뿐이었다. 그리고 내 닭다리......

마르타 남편이 픽업을 나와서 모시로 돌아가는 한시간 동안 내내 불편불편.
호텔로 태워다 주고 짐까지 방으로 가져다 준 마르타 남편(이름이 뭘까... 물어보지도 않았네ㅋ)에게 아저씨가 증명서 안줬다고 얘기했다. 바로 가져다 주었다.

아... 이기분.... 뭐랄까.... 아몰랑... ㅠㅠ

그래도 킬리만자로 등반 성공.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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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숭고한사랑 2018/02/20 00:26 # 삭제 답글

    킬리만자로 등반이 하나의 꿈인 청년입니다.
    글 잘읽었습니다. 생각만 해도 두근거려요.
    루트와 항공편 등 다양하게 알아보았으나 체감이오지 않고 비행편도 다양하지 않네요 도와주세요 직접 물어보고 싶은것들이 많아서요. 카톡아이디 bluenova88
    폰번호 0106326799칠 입니다! 꼭좀 연락부탁드려요
  • joo 2018/02/20 19:51 #

    오! 그러시군요! 다녀온지 얼마 안되었으니 바로 정보 드릴게요~
  • 2018/03/22 20:19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joo 2018/03/23 20:52 #

    일단 저는 고산병은 없었지만 사람마다 다를 수 있으니 대비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구요.
    킬리만자로 4박5일 정상등반은 여행사에서 부르는 가격이 1300불 정도인듯 하구요(저는 1100불에 했고, 원하시면 그 여행사 연결해드릴 수 있어요. 대신 다른 여행사보다는 음식 등이 부실하다고 느낄 수도...-요 가격에 입산료도 다 포함)
    등반 끝나는 날엔 팁을 따로 줘야 하는데 최소 150불 이상입니다
    더 궁금한거 있으시면 물어보셔요~
  • 이글루스 알리미 2018/03/29 08:53 # 답글

    안녕하세요, 이글루스입니다.

    회원님의 소중한 포스팅이 3월 29일 줌(http://zum.com) 메인의 [허브줌 여행] 영역에 게재되었습니다.

    줌 메인 게재를 축하드리며, 게재된 회원님의 포스팅을 확인해 보세요.

    그럼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 탄자니아 2018/03/29 19:51 # 삭제 답글

    2011년 프로젝트 때문에 다르에살람에서 모시 거쳐 아루샤 거쳐 만야라로 왕복 8번을 킬리만자로 바로 옆으로 다녔는데 정작 등반은 못했네요. 부럽습니다. 키고마. 린디, 푸와니 등등 기억이 새롭네요. 다행인지 응고롱고로는 갔었고 또 아쉬움은 홍학이 많다는 만야라 호수를 가지 못했어요. 응고롱고로 가는 편에 있었는데... 여튼 추억을 되살리는 글을 보니 반갑네요^^
  • joo 2018/04/02 11:41 #

    저도 시기가 안맞았는지 만야라 국립공원은 추천하지 않더라구요.
    대신 멀리서(만야라 국립공원 근처 높은 지대의 캠프사이트) 만야라 호수는 보았지요... 홍학은 요즘에는 많이 없나봐요~
    킬리만자로, 세렝게티 여행 후에 저도 버스로 모시에서 다르에르살람까지 가서 다르도 구경했었는데,,,
    그 길,,, 정말,, 주변 산세가 넘나 멋지더라구요
    저도 아는 분 만나니 반갑습니다!
  • 최햔아 2018/06/01 20:17 # 삭제 답글

    올해 9월 등반예정인데 업체 컨텍 연락처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joo 2018/06/07 16:07 #

    이메일 알려주세요~
  • 2018/06/21 14:23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joo 2018/06/26 14:58 #

    메일 보내드렸습니다
  • 감ㅁ 2018/06/25 22:49 # 삭제 답글

    위에 금액이 1300불정도 든다고 하셨는데 미국돈기준인가요?
  • joo 2018/06/26 09:14 #

    그럼요~ 미국달러가 기준이죠 ㅎㅎㅎ
  • 2019/02/17 08:42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9/03/08 15:19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9/03/24 14:26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joo 2019/03/24 22:18 #

    저도 여행은 많이 하는데 불로그에 올리는 것은 백만분의 일..... ㅋㅋㅋㅋㅋ 남겨두면 참 좋은데
  • 2019/03/27 16:03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joo 2019/04/05 08: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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